[ 프로젝트 여행 ] V-Jewel | 비주얼-연남동은 어떤 곳일까? (관점)

< 매장 앞 풍경, 20180906, 이인기 >

V-Jewel | 비주얼

연남동은 어떤 곳일까?

매장 개장 준비를 위해 김지윤 소장과 함께 연남동에 두 번째 도착해 있다. 주소상으로는 동교동이지만 이곳은 우리가 말하는 그 연남동 한복판이다.
장소란? 사람과 시간, 그리고 각자의 기억이 쌓여서 완성되는 곳이다.
이 곳은 어떤 장소일까?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 곳일까? 이러한 질문을 하면서 2018년 9월 6일 12시부터 15시까지 머무르고 있다. 가까운 곳에 차를 주차하고 주변 길을 가볍게 걷고 나서 매장이 가장 잘 보이는 벤치에 자리를 잡는다.

지금은 어떤 풍경이지? 

벤치에 앉아서 눈으로 매장을 바라본다. 나무로 만든 벤치, 돌로 만든 곧게 뻗은 보행길, 초록색 잔디, 돌로 만든 벤치, 돌로 만든 지그재그길, 무릎높이의 수풀과 나무를 심어놓은 잔디, 중간중간 놓인 샛길을 건너면 일방통행 차로가 있고 사람 두 명이 지나갈 정도의 보도를 지나면 매장이 보인다.

그리고는 귀를 기울여서 소리를 들어본다. 낮이라 그런걸까? 여느 상업지역과 달리 음악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고작해야 가까운 옷가게에서 틀어놓은 음악이 스피커로 나오는 정도다.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 대화소리가 더 잘 들린다. 마치 이 지역에서는 음악을 크게 틀지 않도록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다. 특이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 풍경, 20180906, 이인기 >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간다. 고작 세 시간을 앉아 있었는데도 어찌 그리 다른 색의 사람들이 다니는지 놀라울 정도다. 동성이성 무관하게 두 명씩 짝을 지어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모습이 많다. 뒤어어 혼자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 천천히 걸어다닌다. 종종 아기나 강아지 심지어 이 날은 미어캣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보인다.

사람들의 다양함보다 더 인상깊은 것은 '걷는 속도'다. 바쁘게 목적지를 두고 걷는다기 보다는 어딘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 다니는 모습에 가깝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걷는 방향'이다. 특별한 경계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길을 따라 걷는 사람만큼이다 길과 잔디 심지어 차로를 가로질러 다니는 모습도 상당히 많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직접 냄새도 들이켜보고 손으로 만지작 대며 알아가는 연남동 풍경들은 데이터가 알려줄 수 없는 감정들이다.
< 풍경, 20180906, 이인기 >
< 풍경, 20180906, 이인기 >
< 풍경, 20180906, 이인기 >
< 풍경, 20180906, 이인기 >
< 풍경, 20180906, 이인기 >
이런 장면들을 관찰을 하다가 문득 연남동 거리에서 느꼈던 생각이 떠오른다. 가게 하나하나에 담겨진 이야기를 들으면 그 이유가 확신이 서겠지만 이 동네는 참 '작은 스케일들이 멋(?)있게 모여서 커다란 패턴'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멀리서 봐도 다채롭고 가까이 가서 만져보면 또 나름의 규칙이 있어보인다.

< 풍경, 20180906, 이인기 >
이렇게 연남동을 바라보던 중 오후 2시가 되자, 매장 옆 <언남부루스리> 문이 열리고 실내조명이 켜진다. 이제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종종 멈춰서거나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풍경이 될까? 

세 시간을 머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스스로 질문을 한다. 6평 크기의 매장이 바꿀 수 있는 풍경은 무엇일까? 다른 시간, 그리고 다른 감정으로 둘러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2018년 9월 6일
건축가 이인기

( 연구 및 상업용도 활용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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