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혁신을 시도할 때, 그 출발점에는 대체로 한 사람의 강한 에너지와 확신이 존재한다.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세상 밖으로 꺼내는 일은, 데이터나 합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초기에서 개인의 신념, 자기 확신, 그리고 비난을 감내하는 에너지가 조직을 전진시키는 핵심 동력이 된다.
강한 신뢰와 확신을 가진 사람이 중심에 설 때, 조직은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을 갖는다. 비판 속에서도 방향이 쉽게 흔들리지 않고, 단기적인 어려움보다 장기적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판단이 가능하다. 이때 조직은 ‘완성된 시스템’보다 ‘앞서 나가는 방향’을 우선 선택하며, 혁신은 속도를 얻는다.
반대로, 그러한 에너지와 확신을 가진 사람이 부재하거나, 책임 있는 위치에 서지 못할 경우 조직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의사결정은 점점 안전한 선택으로 수렴되고, 새로운 시도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뤄진다. 겉보기에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판단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조직은 기존의 틀 안에서만 움직이게 되고, 혁신은 점차 관리와 유지의 문제로 대체된다. 이는 실패를 줄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 또한 줄이는 방향이다.
문제는 어느 쪽이 옳으냐가 아니라, 어떤 상태가 지속 가능하냐는 데 있다. 개인의 에너지와 확신에 기반한 혁신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것이 한 사람의 체력과 생애 주기에 전적으로 의존할 때 조직은 취약해진다. 시간이 흐르고 중심 인물의 에너지가 약해질수록, 혁신의 속도와 방향 역시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뢰와 확신을 가진 사람이 만들어낸 판단과 기준을, 개인의 특성이 아닌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개인의 신념을 논리로 정리하고, 그 논리를 구조와 프로세스로 축적하며, 결국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특정 인물이 중심에 서 있든 아니든, 조직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결국 회사의 미래는 두 극단 중 하나로 귀결된다.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이 있을 때만 앞으로 나아가는 조직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 확신이 만들어낸 사고 방식과 판단 구조가 조직 전체에 내재화된 상태로 지속되는 조직이 될 것인가. 진정한 선택은 ‘누가 중심에 서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만들어낸 에너지와 신뢰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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