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말라케 국립건축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chitecture Paris-Malaquais)


< 파리말라케국립건축학교, 20001219, 이인기 >

파리말라케 국립건축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chitecture Paris-Malaquais)

- 2000년은 여행자의 기록, 2005년은 학생의 기억, 2018년은 건축가의 눈으로 -

쉴 틈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잠시 앉아 아카이브를 하다 이 소중한 자료를 발견한다.
그 동안은 별다른 의미 없이 지나쳐 보던 인화된 사진 한 장이다.

주소는 14 Rue Bonaparte. 내가 건축사학위를 마친 파리말라케국립건축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chitecture Paris-Malaquais) 정문이다.

내가 놀란 건 이 사진에 적힌 날짜다. 2000년 12월 29일.
당시에는 파리의 건축학교 이름도 모르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때였으니 목표로 하는 건축학교도 까마득할 때다.

그저 2000년 10월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도착한 낭시(Nancy)에서 일주일동안 파리(Paris)로 여행을 왔을 때였고, 어렵게 온 여행이라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욕심(?)에 어마무시한 일정을 세워서 다녔을 뿐인데, 지금 봐도 왜 이곳을 들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놀랍다. 나는 왜 이 때 이 자리에 서서 이 사진을 촬영했을까?

아마 센느강을 따라 걷다가 발견한 미술관과 그 옆에 있는 프랑스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를 보러 갔다가 들르지 않았을까? 건축학교인지도 모르고 있었을수도 있다. 아무런 기억이 없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이 학교로 5년이 지난 2005년 입학했다는 사실이다. 주변에서는 선배나 지인을 통해 학교에 대해 많은 정보를 충분히 얻고 학교에 지원하던 때였는데 나는 정말 '그냥 좋아서' 지원하게 된 곳이다.

파리의 건축학교 중 유일하게 센느강을 끼고 있고, 에꼴데보자르와 일과를 공유하며, 몇 분 만 걸어가면 역사적으로 숱하게 이름이 오르내리는 문학가, 철학가, 예술가들이 교류하던 카페가 넘쳐나는 동네 한복판에 있는 작은 학교가 말라케국립건축학교다.

300년이 넘은 학교는 낡았어도 정신은 늘 맑았고, 조그마한 캠퍼스는 센느강을 따라 넓게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이곳에서 매일매일을 정성스럽게 보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빈곤한 건축유학생이었겠지만 나는 한없이 풍요로웠다.

낭시(Nancy)에서의 어학을 마치고 파리라빌레트국립건축학교를 거쳐 파리8대학교에서 DEA를 마친 뒤, 학교과정으로는 건축을 마무리하는 장소가 바로 무심코 들러서 사진을 한 장 남겼던 이 곳이다. 
2018년 8월 6일
건축가 이인기
facebook : leeink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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