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경영
-ARM,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하지 않는다 -
< 당시 관련기사 스크랩, 2010년 3월 8일자 동아일보 > |
2010년 3월은 (주)포럼디앤피를 설립한 지 3년이 되는 때였다. 사람도 세 살때까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없다고 하지 않나? 갓 창업한 기업도 마찬가지로 황량한 벌판에 벌거벗고 서 있는 모양이다. 사람에게 세 살 이전의 기억은 사라진다고 하는데 기업에게는 서툰 그 때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여하튼 창업하고 3년까지는 건축가로서의 활동보다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재무(Financial Strategy)와 관리운영(Administration&Management)등의 업무가 훨씬 많다. 특이 이러한 업무는 일일단위로 반복되는 것이어서 자칫하면 업무에 매몰되서 건축자체를 못하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길 정도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이활동을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그래서 가졌던 습관이 건축의 관점에서 경영에 관련된 기사들을 주기적으로 학습하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훨씬 쉽게 원하는 정보를 요약해서 볼 수 있지만 당시부터 익힌 습관은 지금까지도 건축활도을 하는데 큰 자산이다. 또한 수북한 출력물을 스캔하고 원문을 찾아서 읽다 보면 그 당시에 왜 내가 이 기사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도 질문하게 된다.
건축가의 경영?
경영을 정식으로 배울 기회가 없는 건축가, 생각하고 대화하고 그리기와 만들기에 익숙한 건축가에게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때문에 두렵고 서툴다. 바로 이 점이 화려한 프로필을 가진 갓 창업한 젊은 건축가들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점이다.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대학교 수업을 지켜보면 건축가가 프로젝트의 리더가 아닌 재주 좋은 일꾼이면 만족하나 싶기도 하다. 안목은 건축가 자신이 가장 높은데도 불구하고 좋은 것을 제안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맘에 들때까지 작업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갖고 있겠지만 내 경우는 프랑스 건축학교에서 체득한 건축가의 역할이란 '창의적 프로세스를 통한 프로젝트의 주도적 실현과 사회적 기여'라고 받아들였고 공감도 하고 있다. 그래서 경영을 이해하는 건축교육을 주장하고 있는 것 일수도 있다.
이러한 배경이 있어서 나는 이 작은 기업을 설립한 후 방향을 설정하면서 '창작활동으로서의 건축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기 위한 방법이 궁금했다. 건축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활동 외의 업무는 우리보다 뛰어난 파트너들과 협업체계를 이루려고 했다.
아마 데이터분야에서 만난 데이터사이언티스트인 Treasure Data의 한국지사장이자 Gonnector의 고영혁대표를 만난 것도 앞서 말한 배경을 이해하면 자연스럽다. 아주 최근 그가 근무하는 Treasure Data가 ARM으로 합병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한테 이 소식이 특별한 건, 내가 건축에 필요한 경영모델로 공부하던 중 한 곳이 ARM이어서다. ARM이라는 회사는 산업 전면에 드러나는 기업도 아닐뿐더러 건축가들에게는 더욱 생소한 이름이다. Treasure Data와 ARM, 두 기업 모두 나에게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인데 합쳐진다니 기분 좋은 소식이라며 고영혁 대표에게 축하 소식을 보낸다.
ARM이 추구하는 생태계. 우리 역시 쉴 새 없는 크고 작은 성공과 무수한 실패를 겪고 있지만 건축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방향만큼은 같다. 8년 전 기사로 접한 ARM과 뛰어난 역량을 갖춘 Treasure Data의 교류가 몇 년 후에는 보다 의미 있는 소식으로 뉴스에서 보기를 기대한다.
왜 건축을 할까? 무엇을 위해 기업을 설립했을까? 멈추지 않는 질문이고 이를 사유하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창작하는 자산들이 다음 프로젝트데 적용이 되기를 바란다.
'건축의 혜택'. 이익(Profit by Architecture)을 넘어서는 혜택(Benefit by Architecture)
[ 관련문서 ]
--------------------------------------------------
FORUM D&P | Archi-Therapy & Architecture-Technology since 2008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