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디앤피 | 연구부 ] 건축가 이인기의 설계수업-스마트시티-스마트시티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 Schema directeur d'amenagement et d'urbanisme de la region parisienne >

아래 기사를 읽다가 글을 남긴다. (관련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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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칼럼] 스마트시티를 위한 100일
" 그래서는 철학과 비전을 기본구상 안에 제대로 담을 수 없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신도시와 유시티들이 아무런 비전과 철학도 없이 왜 똑같은 모양으로 찍어내듯 만들어졌는지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 " 기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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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적인 용역의 태도로는 제대로 된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수 없는 것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그걸 정재승 교수가 하겠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애초에 스마트시티는 도시를 지속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한 ‘한시적인 개념적 용어'이며 이미 개발된 기술환경과 개념들을 토대로 사용자 중심으로 변하는 도시에서 지혜롭게 서비스를 공급하고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의 하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스마트시티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일생을 도시계획과 건축계획에 몰입하는 건축가들도 신중하기 그지 없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스마트시티를 해외자료를 들여와서 설명하거나 관련된 기관과 교류만 할 수 있으면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맡는 자리에 나서는데 거리낌이 없다.

급기야는 국가의 중차대한 도시계획의 총괄을 맡기거나 맡는데 두려움이 없고, 실현할 방법은 모르면서도 의지는 이미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도시 몇 개를 만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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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스마트시티에 관련된 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는데 내 의견은 항상 '설계자가 최우선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설계자가 없으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구상단계에서 머무르는 것이 도시와 건축 프로세스의 변하지 않는 속성이다.

내가 도시와 건축의 관점에서 디지털기술환경과 데이터관련한 학습과 연구활동을 병행하고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것은 철저하게 도시환경과 건축의 수준을 높이는 데 필요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다.

과학경영대학원에서 분야별 경력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시티와 디지털건축 관련한 대학원 수업을 개설하고 프로세스에 대해 강의를 하는 이유도, 변화하는 환경을 본인의 관점에서 활용하지 않고 허겁지겁 쫓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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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플랜은 그럴듯한 구상이 아니라 눈앞에 실현해야 그 가치를 갖는 설계행위다. 그래서 그 역할을 건축가(Architect-Realisateur-Visionaire)가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총괄 마스터플래너라는 자리에서 보면 그 안에서 검토하는 계획안들이 영혼없이 사업만 하는 용역사들의 수준 낮은 결과물로 보였겠지만, 과연 한국의 그 많은 도시엔니지어링 업체와 건축사무소 안에 포진한 전문가들을 폄훼할 수 있을 정도로 정재승 교수가 마스터플랜을 이해하고 있거나 실현할 수 있는지는 의구심이 앞선다.

아마도 총괄기획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건, 일반인들에게 스마트시티를 요란하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고, 그동안 얻은 지명도와 사회적 신뢰를 통해 길을 잘 터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다만 지명도는 실력과는 다르다. 자신이 해온 분야가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본다면 건축가로서 나는 그의 역할을 지지할 수 있다. 다만 직접 마스터플랜을 하겠다고 앞장서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건축가의 몫이다.

역사적으로 도시계획을 건축가가 하는 것은 구상-기획-설계-건설-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와 철학,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과 기술적 역량에 법적 지식을 자본과 맞물려 설계할 수 있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시티가 시끌벅적하게 등장하면서, 오히려 도시와 건축의 본질은 훼손되고 있다.

혁신적인 용어나 개념들이 등장하면 사회전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순간 휩쓸리는 것은 어느정도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 본질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현상이 기존 산업과 맞물려 보다 건강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길 때 비로소 지식인으로의 사회적 책무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건축환경의 부분적인 개념인 BIM이 대단한 것처럼 앞장서서 선동하던 정부,협회,기업,학계의 여러 사람들도 고작 10년도 안된 지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무책임하게 등을 돌렸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 그러한 시기를 거친 지금 국내에서 제대로 BIM을 이해하고 실제 건축건설프로세스에 내재화한 사람들이 30명도 채 안된다고 하는 목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도시와 건축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폼나게 미디어에 등장하거나 책을 쓰면서 해외사례를 소개하고 기존의 국내환경을 비판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례는 없다.

매일같이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사유하고 그리기를 반복하고 토론이 아닌 평가에만 익숙한 사람들의 무자비한 말을 들으며 감내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이해와 설득, 협의와 협상을 거치면서 결국 건설이라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도시와 건축이다.

그래서 건축가가 필요한 것이다.

2018년 8월 11일
건축가 이인기
facebook : leeink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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