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가의 관점 ] 교육자와 건축가. 철학이 있다는 것의 차이

교육자와 건축가. 철학이 있다는 것의 차이

<학교광장@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며칠 전 첫째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 퇴임하셨다.
전교생이 기숙생활을 하는 곳이다 보니 나는 월요일 아침 등교길에 한 번과 금요일 저녁 하교길에 아이와 동행하면서 교장선생님과 가볍게 인사말 또는 눈인사 정도를 나누는 정도다.

제임스(James)라고 불리시던 교장선생님은, 늘 학생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계셨고 학부모들과 마주치는 등하교 시간에도 학부모들과 인사하기 보다는 학생들속에서 자신의 제자들이 부모를 만나러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는 자리에 계셨다. 학생들 이름을 친근하게 불러가며 기분좋게 배웅을 하는 모습. 내가 그를 기억하는 장면이다.

어딘가 남달랐던 교장선생님 제임스는 오랜 교직생활을 마치는 퇴임식도 안하겠다 하셨고, 바로 다음날부터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곳에서 활동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 제임스 답다 그러면서 웃었다.

그런 제임스를 그냥 보낼 수 없었던 학부모들이 학생들이 모여서 환송을 하는 것으로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의 마음을 표시했다 보다.


<굿바이 제임스 영상.20180831>
나는 교육이라는 직업이 가진 중요성 때문에 선생님에 대한 경외감이 크기도 하고, 그만큼 기대치가 높기도 하다. 누군가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자리로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다채로운 욕망속에서 '교육자로서의 소신'을 지키고 '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지키는 모습만으로 나는 경이롭다.
나와 아내는 이제 고등학교-중학교-초등학교-어린이집 등 미성년을 위한 교육제도하의 학부모를 겪고 있다. 때로는 학부모로서 그리고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교육일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으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만큼은 선생님과 학생사이에 학부모가 끼어드는 것을 피하고 있다. 아이가 선택한 학교를 부모로서 동의하고 선생님에게 맡긴 것이 지켜야 할 큰 신뢰 관계니까.
지금의 내 활동을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소신과 교육철학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의 생각의 깊이가 나한테 담겨져 있을테니 얼마가 고마운 일일까 싶다.
누군가에게 고마운 스승으로 기억된다는 것.
누군가에게 감사한 건축가로 기억된다는 것.
좋은 업이란,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철학이 또는 소신을 지키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그 '과정'. 그걸 가능하게 하는 없이 아닐까 싶다.

2018년 9월 2일
건축가 이인기

( 연구 및 상업용도 활용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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