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디앤피 | 연구부 ] 스마트팜-스마트팜. 출발부터 다시 하자-4차산업혁명? 시작은 창작의 태도 (업데이트-20240116)

스마트팜. 출발부터 다시 하자

4차산업혁명? 창작의 태도가 근본이어야 하지 않을까?  

'건축가 이인기의 설계수업' 발췌

우리 팀은 기존의 도시와 건축환경에 데이터를 집적(Integration)하는 방법을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BIM데이터를 토대로 고유한 설계프로세스를 정리해 왔다. 이러한 연구활동의 일환으로 스마트시티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도시성장의 자족모델이 될 수 있는 스마트팜 모델의 가치를 높게 볼 수 있었고, 각 분야의 전문기업들과 컨소시엄을 이루어 활동을 하고 있다.

당장 '스마트팜'이라는 키워드를 포스트에 앉아 검색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뉴스와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으며, 유사한 개념도를 사용하면서도 차별화됐다고 하는 전문업체들의 자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스마트팜의 생태계는 어떠할까?
라는 질문을 하며, 언론자료부터 검색을 하다가 깜짝 놀랄 기사를 발견했다. "왜 미술관 건물이 스마트팜 단지에 들어가 있지? 하며 몇 번을 쳐다 봤다. 설계를 하는 건축가로서 웃음조차 안나오는 장면이다.

아래 인용한 이미지는 한 지자체에서 발표한 스마트팜 단지 개발계획을 지역언론사가 작성한 기사인데, 조성계획이라고 사용한 이미지를 보다가 한참을 쳐다 보고 있다. (원문기사링크)

건축을 전공하거나 건축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래 이미지의 건물을 보는 순간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음~ 어디서 본 건물인데?"

< 지자체에서 발표한 스마트팜 조감도, 출처 충남일보 >

맞다. 세계적인 스타건축가 그룹으로 알려진 스위스 건축가 그룹 헤르조그 드 뮈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샌프라시스코 드 영 박물관(San Francisco De Young Museum)을 스마트팜에 그대로 옮겨온 것도 모자라 외부 색상을 모두 바꾸어 놓고 물류창고처럼 벽면에 셔터문까지 집어넣은 이미지다. 참고로 아래 모형사진은 필자가 미국에 건축답사를 갔다가 와서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 건축모형이다.

<샌프란시스코 드 영 뮤지엄 건축모형, 사진 이인기>

위 사업은 학생들이 스터디 차원에서 하는 수준이 아니다. 대학교 수업에서조차도 학생들이 설계안을 도용하면 학점을 박탈하고 그로 인한 성과는 모두 반환하게 한다. 그런데 정부예산으로 이루어지는 지자체 개발사업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건축물의 3차원 모델링 데이터를 구해서 투시도 작업을 해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작업과정을 세세하게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프로세스가 이해가 안된다. 누가 왜 이런 식으로 작업을 했을까?

(원본을 보고 싶으면 이곳을 가서 보시기를)

2018년은 유독 4차산업혁명(Industry 4.0)이니 디지털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이다 하면서 정부는 선언을 하고 지자체는 개발사업을, 그리고 관련기업들은 수주아이템을 찾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혁신적인 변화'는 추상적인 언어일 뿐이다. 이 언어가 실현이 되려면 실패와 도전을 겪어 하나 둘 성공사례를 만들어갈 때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실체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정상적'이 어야한다. 아날로그와 달리 디지털은 더욱 그 프로세스가 논리적이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분만의 온라인 리서치로 수집된 자료들의 수준이 이정도라면 우리는 누구를 신뢰하며 이 정책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하더라도 시민들 개개인은 쫓을 수 없는 수천억의 국가예산보다 내 일상에 와 닿는 적지만 체감할 수 있는 혜택에 목말라 있을 것이다.

나는 건축가로서 수천만원의 예산에서 수천억의 예산까지를 다루는 도시건축건설 프로젝트를 다루어 왔다. 알겠지만 2~3천만원으로 실행해야 하는 아파트조차도 얼마나 세심하게 설계를 하고 발주자들은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며 조금씩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물며 스마트팜을 포함한 스마트시티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다루는 국책사업이다. 예전처럼 와우(Wow)하는 조감도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관점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림 몇 장과 말 몇 마디로 만들어지는 것이 스마트시티고, 스마트팜이라면 그게 과연 온전한 도시이고 풍요로운 농업의 발전이겠는가?

추상적인 욕구와 욕망을 구상화하고 설계를 통해 건설까지 가능하게 해서 사람들이 잘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를 다루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다. 그래서 내가 주장하는 것이 늘 '제대로 된 프로세스'라는 것이다.

기획(Programming)부터 설계(Design), 그리고 건설(Build)을 거쳐 사용(Operate)하는 것까지의 단계를 겪어내는 것이 개발사업이다. 설계의 핵심가치는 기획단계에서 예측했던 모습과 실제 지어진 공간에서 사용되는 결과와의 차이를 관찰하고 보완하기를 반복해가며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스마트팜이라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스마트팜은 좋아 보이는 것을 베껴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를 창작하는 설계 행위다.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자. 그리고 도용하지 말고 창작하자. 그것이 시대의 가치다.

2018년 12월 13일
건축가 이인기

건축가 이인기 | (주)포럼디앤피 공동설립자로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건축가의 언어를 실현하는 설계방법 및 건축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실무프로젝트와 더불어 대학원 수업 및 외부강연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포럼디앤피 | 2008년 세 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주)포럼디앤피는, 아키테라피라는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건축의 혜택을 탐구하고 실천했으며, 양질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스터플랜, 주거, 종교, 의료, 복지, 상업, 문화시설 분야에서 작업했고, 현재는 건축건설사업의 전과정인 기획-설계-건설-운영이라는 프로세스의 리더로서 건축가를 정의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건축과 스마트시티라는 분야에서 특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 연구 및 상업용도 활용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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