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 여행 ] 건축 프로젝트? 함께 할 사람을 발견하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기회

< Jardin du Versaille, 20001226, Inki LEE >

프로젝트 여행

건축 프로젝트? 함께 할 사람을 발견하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기회

폼나게 훌쩍 떠난 여행? 남해로 훌쩍 정선으로 휘리릭 간 적 정도를 빼고는 보통은 제법 준비해서 떠난다.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목록을 적어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해서 선택했다기 보다는 건축이라는 '업'을 선택한 결과일 수도 있다.

건축은 늘 프로젝트다. 즉, 시작과 끝이 있다. 십 대에 시작한 건축이 이제는 그럴듯한(?) 사십대가 됐다. 그 기간동안 직접 다룬 프로젝트가 백 여개가 훌쩍 넘는다.

일반적인 여행과는 달리, 프로젝트로 가는 여행지는 장소가 항상 새롭다. 나라와 도시는 물론이고 실제 건축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땅' 하나 하나가 독립된 장소다. 더군다나 만나는 사람도 늘 다르다. 언어가 달라도 뻔뻔하게 마주 앉아 웃고 있는 건 예사고, 반대로 같은 언어를 쓰지만 다른 나라 말을 하듯이 어색한 상황을 겪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가 않다.

이렇게 떠나는 프로젝트 여행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에 대해 알게 되고, 감추었던 민낯도 보여주게 된다. 물론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상대방의 가치관도 어느 정도는 알게 된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이 많아지고, 이러한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쌓이는 관계가 되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이렇듯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닥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찮지도 않다. 나는 이 역사를 '특별함'이라고 표현한다.

친구와 여행을 떠나 며칠만 생활해 보면 서로를 알게 된다고 하지 않나? 이성과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과 신뢰의 가치는 몸과 마음을 뒤엉켜봐야 쌓인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건축가로서 완성된 건물 혹은 완료된 디자인 결과물보다, 그간의 과정 자체가 가진 의미의 소중함을 공유하고자 기록을 즐기는 것일수도 있다. 이곳 저곳 수북하게 쌓여있는 프로젝트라는 여행의 기록들, 어느 것 하나 지금 나의 활동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 잊혀진 '특별함'을 찾아 글로 남겨볼까 한다.
프로젝트 여행 ; Project Journey
다시 떠나고 싶은 사람을 얻거나,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는 것.
새로운 곳을 알게 되거나, 혹은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
2016년 2월 13일
건축가 이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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