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환경 ] 건축환경, 얼마나 중요할까?

[ 건축환경 ] 이란 제대로 된 창작환경에서 양질의 결과가 나온다는 '상식'을 프로젝트를 통해 실천하고 있는 우리팀의 주요한 주제이다. 건축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그 원인을 개개인의 '의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보다는 발전에 필요한 의지가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시간은 걸리더라도 지속성을 갖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을 계속하며 관련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다.  

건축환경, 얼마나 중요할까?

좋은 건축물은, 제대로 된 과정과 좋은 창작환경에서 만들어진다.

< 포럼디앤피@패스트파이브 >

2017년 12월 1일,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 커피빈, '에이플래폼' 팀과 두 번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대화가 계속되면서 기존의 생각들이 더해지고, 건축가로서 던지고 있는 질문 중 하나인 '건축환경'에 대한 내용들을 기록으로 남겨 놓았습니다. 진심으로 건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바랍니다.

" 좋은 건축물은, 제대로 된 과정과 좋은 창작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누구나 다 아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실천하기는 어려운이 당연한 문장이 이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이십 년이 넘는 기간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 활동을 지속하면서 체득했습니다.

"왜 건축가는 밤을 새울까?"

흔히 건축가들은 왜 밤을 지새우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는 창작의 밀도를 높이는 사유로의 몰입 시간이고, 이러한 시간들이 건축 작업에서는 여유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간은 오롯이 내 스스로의 여유로운 선택이어야 합니다.

만일, 이러한 밤샘이 의무적으로 건축을 생산하기 위한 노동이 될 때는 그 질이 완전하게 달라진다. 흔히 말하는 야근과 철야를 의미하는 순간 건축사사무소는 그저 그런 열악한 기업이 됩니다.

단편적인 모습이지만 건축을 바라보는 인식 중에는 건축의 빈곤함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이상하리만치 많은 건축분야의 작업량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논의되는 건축에 대한 풍부함과 빈곤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양극화가 상당하다는 것을 많이 체감합니다.

"아~ 힘들겠네요"

프랑스와 한국에서 건축가로서 활동할 때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건축인들을 안쓰럽게 보거나 건축을 불신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상하리만치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밤으로, 무슨 일하는지 물어오는 사람에게 "건축가입니다"라고 했을 때, "힘들겠네요?"라는 위로의 말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입니다.

많은 국가에서 건축가에 대한 인식은, 통합적 사고를 가진 분야의 고유함과 문화적 배경의 풍성함을 기본적으로 갖추었다는 특성상, 어떤 모임에서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세련되게 조율해나가는 역할을 건축가에게 기대합니다. 그 이유는, 엄청난 부를 누리진 않아도 그 업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동안 이루어지는 습득 과정, 그리고 기업의 이익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건축가 개개인의 관점으로 실천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인해, 사회적 존경을 받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국내 건축환경을 보면, '과연 건축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말하기가 망설여집니다. 실제로 많은 건축사무소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한 뒤에, 그들의 삶을 소진시키는 무지막지한 작업량으로 몸을 혹사시키는데 거리낌이 없으며, 늦은 밤까지 한자리에 모아놓고 상상을 강요하는 일에 무더져 있습니다. 늘 지쳐 있으니 본인이 그린 스케치 한 획, 도면 한 장을 펼쳐놓고 천천히 바라볼 시간을 갖기는 어렵고, 마감에 쫓겨 숨 막히듯 설계하는 것이 습관이 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 건물의 수준을 결정지어야 할 소장급 건축가들은 정작 설계 과정에서 멀어져 있기도 하고, 정작 한창 설계를 습득해야 하는 10년 차 미만의 팀원들이 프로젝트를 도맡아 합니다. 당연히 그 팀의 고유한 건축 언어와 설계 과정은 정체되기 싶습니다. 마치 각기 다른 역량을 가진 팀원들 간의 협업을 통해 발전되는 건축의 중요한 속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할까요?

 "왜 건축을 하면서 지친다고 할까?"

저는 이러한 환경의 원인은, 시장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 설계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점과 기술을 갖추어야 할 건축팀이, 시간에 쫓겨 건축을 납품하기 위해 생산성만 높이는 '기능'을 요구하는 작업 환경에서 찾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더 좋은 건축환경을 위해 활동하는 팀을 늘 찾고 응원합니다. 이 과정에서, '에이플래폼' 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 동안 대화를 했고, 두 차례의 미팅을 하다 보니, 제가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건강한 질문과 실천을 하고 있는 팀이어서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건강한 생각에서 출발한 '에이플래폼'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데, 우리 팀과의 만남이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랍니다.

2017년 12월 3일

건축가 이인기




건축가 이인기 | (주)포럼디앤피 공동설립자로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건축가의 언어를 실현하는 설계방법 및 건축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실무프로젝트와 더불어 대학원 수업 및 외부강연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포럼디앤피 | 2008년 세 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주)포럼디앤피는, 아키테라피라는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건축의 혜택을 탐구하고 실천했으며, 양질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스터플랜, 주거, 종교, 의료, 복지, 상업, 문화시설 분야에서 작업했고, 현재는 건축건설사업의 전과정인 기획-설계-건설-운영이라는 프로세스의 리더로서 건축가를 정의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건축과 스마트시티라는 분야에서 특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 연구 및 상업용도 활용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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