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디앤피 | 건축가의 관점 ]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행사 '한국의 상(床)' 아티스트 토크쇼-이헌정 도예가

    < 이헌정 작가와 함께, 사진 동아일보 김선미 >

    이헌정 작가의 여행길에서 그를 잠시 마주치다

    '한국의 상(床)-내일을 담는 100년의 상' 아티스트 토크쇼에서

    이 글은 2020년 1월 13일 동아미디어센터 1층 로비에서 열린 '한국의 상(床)' 의 첫 번째 아티스트인 이헌정 도예가의 작품 '미래를 담는 그릇' 토크쇼의 기록이다. '한국의 상(床)'행사는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활동이다.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할 수 있는 그릇 형태로 상을 만들고,100년의 업적은 의자로 표현했습니다.
    이 상이 동아일보의 새로운 미래를 담는 그릇이 되길 바랍니다” (이헌정)

    12년만의 만남

    < 이헌정 작가와 김철환 건축가. 2008년 양평 캠프A에서, 사진 이인기 >
    이헌정 도예가와의 첫 교류는 2008년이다.  서울 도심의 한 호텔 야외수영장을 계획하기로 했던 그로부터 디자인과 기술 그리고 관련한 작업들을 건축가와 함께 하고 싶다는 데서 출발한다. 여러 사정으로 실제로 짓지는 못했지만 도예, 조각, 건축 등으로 창작의 폭을 넓혀온 이헌정 작가와의 기억이 동아일보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업을 통해 떠오른다.

    건축가로서 다른 분야 예술가와의 협업은 의미있는 시간이다. 잘 만들어진 작품을 전시장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창작자로서의 교류는 이 결과물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작업의 변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는 영감의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협업은 작가가 자신을 스스로 열어 놓을 수 있을 때 가능한데, 이헌정 작가가 그러한 경우였다. 그는 대화를 여유롭게 만드는 재주가 있지 않나 싶다. 쉽게 평가하지 않고 어떠한 내용도 쉽게 받아들이며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꺼내 놓는다. 그렇게 하면서 그 시간이 풍부해지고 자유로워진다.

    특정하지 않기

    이번 작업 '한국의 상(床)-내일을 담는 100년의 상'을 마주치면서 예전의 작업에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2008년의 작업에서 수영장을 수영이나 휴식이라는 행위에 맞는 시설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안락함'이라는 감정을 주기 위해 눈에 보이는 시각 이미지, 몸에 닿는 재료, 그리고 소리들을 활용하려고 했다. 또한 여러 재료를 거침없이 사용하며 모형을 만드는 모습도 기억이 난다. 
    < 2008년 당시 모형작업 >
    '한국의 상(床)-내일을 담는 100년의 상' 역시 상 또는 의자가 주는 특정한 형태나 예측가능한 유형을 재현하지 않고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다소 과장된 크기처럼 보이다가도 직접 다가가면 여러 용도로 써 보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다. 특히 조형물에 그대로 드러난 부재간의 연결부위는 가마를 통해 굽는 작업과정과 환경을 유추할 수 있어서 흥미로운 부분이다. 잘 알려진 그의 작업 '달항아리'나 생활도기도 그렇듯이 '의도한 불편함'이 주는 의외성은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 1층 로비에 설치한 작품 >


    [한국의 상]내일을 담는 100년의 상(床) 도예가 이헌정, 출처 동아일보 유튜브채널 >

    무엇을 놓을 수 있을까?

    토크쇼를 마치고 참석자들의 의견을 묻는 인터뷰가 있었다. 여러 질문 중 하나가 생각이 나서 기록해둔다.
    "무엇을 올려놓고 싶으신가요?" 
    당시에는 어떤 것이든 올려놓아도 좋다고 대답했는데 뭔가 명쾌하지 않았다. 이헌정 작가의 작업을 돌이켜보면 질문을 바꿔도 되지 않을까?
    "여기에 놓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 상 위에 편안하게 올려진 물건들 >

    다음은 어디일까?

    나는 이헌정 작가의 작업을 보면서 '하나의 바다' 그 자체가 떠올랐다. 혹시 작품들이 가진 빛깔이 주는 느낌때문일까? 그것보다는 건축작업의 특성은 바다라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료하기 위해 여러 시냇물의 수원(水源)에서 시작해 크고 작은 강으로 흘러서 모이는 작업들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시냇물이 마르기도 하고 강이 범람하다는 표현을 쓰듯이 지나치다 보면 재난이 된다.
    하지만 그의 작업을 보면 늘 그 곳에 있는 바다와 같다. 그 곳에 있지만 바다 아래에는 예측할 수 없는 깊이의 세계가 있다. 보는 곳바다 다른 색을 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바다가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바다를 보는 우리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지. 

    이헌정 작가의 다음 작업이 궁금해진다.

    [ 관련 컨텐츠 ]


    2020년 1월 14일
    건축가 이인기



    건축가 이인기 | (주)포럼디앤피 공동설립자로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건축가의 언어를 실현하는 설계방법 및 건축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실무프로젝트와 더불어 대학원 수업 및 외부강연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포럼디앤피 | 2008년 세 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주)포럼디앤피는, 아키테라피라는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건축의 혜택을 탐구하고 실천했으며, 양질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스터플랜, 주거, 종교, 의료, 복지, 상업, 문화시설 분야에서 작업했고, 현재는 건축건설사업의 전과정인 기획-설계-건설-운영이라는 프로세스의 리더로서 건축가를 정의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건축과 스마트시티라는 분야에서 특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 연구 및 상업용도 활용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기 바랍니다)
    --------------------------------------------------
    FORUM D&P | Archi-Therapy & Architecture-Technology since 2008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