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디앤피 | 연구부 ] 건축가의 관점-복지시설-소규모 복지시설은 왜 특별할까?

[ 건축가의 관점 ] 시리즈는 주변의 일상을 바라보는 건축가 이인기의 관점과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건축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태도이며 이 글은 보다 많은 경험들을 통해 보다 의미있는 '창작'활동의 자산으로 쌓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건강한 건축사용자(발주자-설계자-시공자-사용자)를 만날 기회를 늘려가는 활동이기도 하다.

< 꿈더하기 학교 현장. 2018. 포럼디앤피 >
< 꿈더하기 학교 현장, 2018, 포럼디앤피 >

<꿈더하기 학교 현장, 2018, 포럼디앤피>

[ 아키테라피 ; 건축을 통한 치유 ]

소규모 복지시설은 무엇이 특별할까?

김지윤 소장과 함께 진행중인 현장 중 하나인 영등포 꿈더하기학교로 향한다. 이 장소는 발달장애아동들의 교육과 돌봄을 위한 복지시설이다. 아직 페인트를 칠하는 도장공사 중이고 곧 가구와 사인이 들어오면 이 시설은 완료된다.

아마도 복지시설을 발주했거나 설계 또는 시공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현재 국내 지자체에서 복지시설조성사업에 책정하는 예산이 얼마나 작은지 알 것이다.

투입되는 비용이 곧 시설의 품질을 결정하는 첫 요소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속성을 알고 있다보니 복지시설 관련해서는 과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다른 시설에 비해 적고, 무리해서 설계하거나 시공하려는 노력도 덜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그간 수행한 프로젝트 목록을 살펴보니 약 30여개의 복지시설을 지었다.

내용을 찬찬이 훑어보면서 그 과정과 결과를 떠올려보면 시설의 완성도는 발주처가 요구를 얼마나 정확하게 했느냐와 그 공사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놀라울 정도로 편차가 심하다.

그런데 복지시설의 진짜 문제는, 조성된 공간의 사용자가 상업 또는 주거시설의 사용자와는 달리 그 공간의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복지시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 온갖 차별을 받는 장애인, 사회적으로 보장받지 않는 제도권밖의 청소년, 사회적 차별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취약한 여성, 한 끼 먹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빈곤층들이 사용하는 장소다. 이들은 차별을 받는데 익숙해졌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에 지쳐 있으며, 거칠게 항의를 하지 않는 한 아무 것도 없을 수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시설조성을 ‘안 해도 될 걸 선심쓰듯 해주는 것'이라고 여기는 마음이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잠재적으로 사고를 칠 수 있다는 '감시'의 대상으로 보고 시설을 계획하려는 인식이었다.

건축가로서 이 고질적인 문제를 보고 적극적으로 제안한 것은 매우 상식적인 방법이었다.

"하나.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으면 한 푼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
"둘. 복지시설은 감시가 아니라 관찰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
"끝으로, 기획을 통해 발주처의 요구를 명확하게 하고-설계를 통해 적정한 수준까지 공사가 가능하도록 검토하고-디자인감리를 통해 도면이 해결하지 못하는 현장상황을 조율하는 것’ 까지를 건축가가 관여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우리팀이 모든 단계를 BIM기반으로 작업을 하며 적정한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에 기여하려는 의도도 많이 작용했다. 
< 꿈더하기 학교 계획안, BIMx Pro, 포럼디앤피 >

물론, 이 열악한 사업비에서 설계비라는 것이 제대로 갖추어질 리가 만무하다. 처음에는 설계를 따로 발주하는 것조차도 낯설어 했고 선례도 많지 않을 뿐더러, 이 조그만 현장 하나 하는데 하나 하나 짚어가다 보니 발주처도 할 일이 많아지고, 시공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지다 보니 소소한 이슈들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은 힘들기는 하지만, 고작해야 한 두번만 경험해보면 이러한 프로세스의 필요성을 알게 된다. 제대로 된 프로세스대로 진행된 시설은 1억도 안되는 작은 사업이더라도 발주처는 성과를 얻게 되고, 시공사는 공사비로 밀고당길 이유가 줄어들고, 설계자는 초기 계획의도를 끝까지 실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복지시설의 사용자"들이 만족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소규모 복지시설에서 무언가 대단해 보이는 것을 하고 싶은 욕심은 없다. 한 시간이라도 더 공을 들이고 한 번이라도 더 간 노력들이 공간 여기저기에 배어져 나오면 만족한다. 그리고 이 곳을 사용하는 또는 발주를 한 사람들이 이러한 건축의 혜택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사회참여와 기여이기도 하다.

이 작은 시설에 사용되는 우리팀의 상당한 지적 자산과 기술력들은 그래서 아깝지가 않다.
아쉬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돈'을 버는 것은 우리가 건축을 하는 목적이 아니니까.

[관련시설]

2018년 8월 17일
건축가 이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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