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디앤피 | 연구부 ] FORUM Tracing-언어를 맞춰가는 과정-건축가의 방법(이인기)



관찰과 해석-건축언어를 실현하는 방법

"업을 정의하다"  

< 건축환경의 정의, 포럼디앤피 >

건축과정은 왜 어려울까? 관찰(觀察)의 시작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건축프로젝트를 하면서 위와 같은 말을 듣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굳이 건축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남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는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를 사용해서일까? 단어의 뜻은 알겠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를 모르는 것일까? 듣는 사람이 못알아 듣는 경우 또는 말하는 사람이 어렵게 얘기해서일 수도 있다.

동일한 그림을 봤기 때문에 비슷한 생각을 했을거라 여겼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각자가 얼마나 다르게 느꼈는지를 알고 나서 놀라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각자가 떠올린 생각은 그들이 그동안 겪어왔던 다채로운 경험들이 지식과 감정으로 쌓여서 순간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어제와 오늘의 생각이 다른데 다른 사람의 생각이야 오죽할까 하면 놀랍지도 않다.

건축은 건물을 짓는 행위다. 건물은 특정한 목적을 가진다. 우리는 이를 시설용도라고 부른다. 주거시설, 상업시설, 문화시설, 교육연구시설, 산업시설 등이 이에 속한다. 바꿔 말하면 건축가는 각 시설을 사용하는 기업 또는 개인들이 활동하는 '특정한 업종', 즉 '특정 도메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건축가는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도메인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말은 생각이고, 생각은 환경이 만든다

나라별로 언어가 다르고 지역별로 단어가 다르듯이, 각기 다른 도메인에서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이 존재한다. 건축의 경우에도 비전공자들이 들으면 문장구조를 제외하고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치 우리가 병원에 가면 의료인들끼리 사용하는 단어에 낯설어 하는 것과 같다. 동일한 도메인에서는 단어 하나면 이해할 일을 다른 도메인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몇 배를 들여 설명을 해도 모르겠다고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어의 이해란 생각하는 방식의 이해) 말은 곧 생각이라고 한다. 생각은 그 사람이 익숙해진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도메인, 바로 도메인에서 일어나는 일상이 그 사람의 생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서비스업, 건설업, 제조업, 유통업, 법조계, 언론계 등의 차이를 우리는 쉽게 느낄 수 있지 않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해석(解釋)의 중요

아~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이렇게 말해요~.
건축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밖에 없다. 환경, 의료, 종교, 주거, 복지, 공공, 교육, 연구, 업무, 상업, 숙박, 판매, 문화전시, 제조 등의 분야에 속한 사람들과 건물을 짓는다. 중요한 것은 건축가 스스로가 자신을 복지시설 전문가 등의 설계행위라는 업무로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건축을 통해 해당시설이 속한 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가령 의료시설이란 사람의 삶을 건강하게 하는 장소라거나, 판매시설은 가치있는 물건을 사람들에게 제공해주는 곳이라거나, 제조시설은 보다 가장 효율적인 제작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던가 등의 '행위를 통한 영향'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다.

(정의된 특성을 건축프로세스에 집적하기) 다양한 분야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건물을 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이나 제조의 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구상하고 설계해서 시공을 통해 지어서 사용하는 건축프로세스의 속성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건물을 짓기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프로세스에 해당하는 시설의 도메인에서 생각하는 사용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표현을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언어로 대화해볼까?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제 말이 그 말 이에요~ 라거나 이제야 말이 통하네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위와 같은 반응을 얻었다면 이것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될 것이다. 소통은 기본적으로 언어를 통한 공감대가 우선해야 한다. 어려운 말로 설득당하기 보다는 쉬운 말로 이해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는 크게 구상단계에서는 발주자와 건축가, 설계단계에서는 건축가와 엔지니어, 시공단계에서는 건축가와 시공자간의 소통이 빈번하다. 바꿔 말하면 단계별로 대응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차이로 인해 건축가가 다양한 방식과 수준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매우 큰 힘이 된다.

** 기존 세미나 사용 이미지 활용**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건축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건축적 해석(Architectural interpretation)이라고 가르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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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 ]



2019년 5월 30일
건축가 이인기



건축가 이인기 | (주)포럼디앤피 공동설립자로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건축가의 언어를 실현하는 설계방법 및 건축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실무프로젝트와 더불어 대학원 수업 및 외부강연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포럼디앤피 | 2008년 세 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주)포럼디앤피는, 아키테라피라는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건축의 혜택을 탐구하고 실천했으며, 양질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스터플랜, 주거, 종교, 의료, 복지, 상업, 문화시설 분야에서 작업했고, 현재는 건축건설사업의 전과정인 기획-설계-건설-운영이라는 프로세스의 리더로서 건축가를 정의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건축과 스마트시티라는 분야에서 특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 연구 및 상업용도 활용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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