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디앤피 | 연구교육 ] 인터뷰-건축과 영화-KBS 시사기획 창, "장르 : 봉준호" 인터뷰를 마치고

< 촬영감독의 인터뷰 촬영화면, 20200213, 사진 양푸른누리 >

KBS 시사기획 창, "장르 :  봉준호" 인터뷰를 마치고

포럼디앤피의 인터뷰 활동은 연구교육분야의 출판아이템에 속한다. 미디어용 인터뷰란 목적 자체가 제한된 시간에 하나의 온전한 컨텐츠를 제작해서 방송하는 것이 결과물이기 때문에 인터뷰 내용들은 여기에 적절하게 배치해서 사용하는 일부 자료가 전부다. 그래서 이러한 결과와는 별개로 이 활동을 계기로 건축과 영화에 관해 정리한 생각을 질문과 대답의 형식을 빌어서 또 하나의 결과물로 창작한다.  


< 인터뷰 방송 영상, 출처 [시사기획 창] 장르 : 봉준호 / KBS뉴스(News) >

장소를 다루는 방법이 건축과 영화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보여주다(to show)'와 '보다(see)'인데 이는 프레임과 편집이 가능한가 아닌가를 따른다. 영화는 카메라 프레임을 이용해서 감독의 의도대로 촬영하고 원하는 순서대로 장면 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를 편집해서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반면 건축은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장소를 보는 것이다. 건축가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순차적으로 쌓여가는 시간을 다룬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라는 한국의 주거환경을 다룬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가 건축에 관해 얘기 할 때는 일정 수준 사람들의 이상이 건축가를 통해 실현한 결과들을 그 대상으로 한다. 공간에 담긴 의도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높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기생충'의 배경으로 사용한 반지하주택은 누군가의 이상을 실현한 건축이라기 보다는 수익에 대한 욕구와 적은 돈으로 생활하기 위한 수요가 만든 시장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결과다. 내가 기택 가족이 살고 있는 장소를 일반적인 건축이 아닌 특별한 방식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다. 관객들은 이 장소를 통해 감독이 보여주려고 하는 의미를 찾는 것은 가능하지만, 건축의 특성을 얘기하기에는 과한 면이 있다.

영화가 아닌 건축에서의 반지하, 계단, 골목 등 주거환경은 어떠한 것일까요?

봉준호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그는 반지하주택을 영화 속 계층을 구분하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영화 수상을 계기로 반지하라는 단어가 해외에서 그대로 사용될 정도로 매우 고유한 특성이 있다. 그러나 반지하라는 기묘한 단어에 치중하기 보다는 이러한 주거지, 가파른 계단, 전봇대와 거미줄같은 전깃줄, 제 기능을 못하는 배수시설 같은 도시기반시설들이 만들어 내는 골목풍경이 우리 사회에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를 관심갖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는 건축가로서는 이 관점에서 말하고 있다.

반지하의 특성(?)

지상으로 일부 노출된 지하층을 통상 반지하라고 부르지만 건축법상으로는 지하층 규정을 따르는 공간이다. 배경은 1960~70년대 수도권 인구집중에 따른 주택부족으로 민간에서 만들어진 주거형태이기도 하다. 1962년 건축법에서는 지하층에는 주택 거실 설치를 금지했었으나, 1970년에 전쟁대비 방공시설(옛날 반상회의 기억)용으로 주택의 지하실 의무설치 규정이 신설되고 1975년 주택부족 상황에서 건축규제 완화로 확산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지하층을 건물 용적률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1980년대 아파트와 다세대 다가구주택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 주차법을 따르다보니 다세대주택시 1층을 필로티로 하는 방식이 유행하면서 반지하의 증가를 멈춘다. 인구집중의 결과였으니 서울도심과 수도권에 집중된 반지하 주거는 2010년도 대규모 침수시 큰 피해를 입으면서 더욱 열악한 주거로 인식하하고 있다. 노후된 건물들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주거형태이고도 주거시장에서는 수요가 줄고 있다. 그래서 반지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한국 건축의 특성보다는 부동산 주거시장의 측면에서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르다.

반지하는 한국에만 존재하나요?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인구증가에 비해 주택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유사한 반지하층을 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두 국가의 경우 해당 지역의 건축양식에서 만들어진 1층 하부 공간을 저렴한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반지하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프랑스 도심의 오래된 주택에서 마사로 사용하던 1층이나 하녀들이 사용하던 다락방을 열악한 주거환경을 저렴한 주거로 사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결과로 보는 것이 가깝다.

영화에서는 사회 계층을 구분하는 장치였다면, 건축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빈부의 격차를 상징하기 보다는 국가가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하지 못할 때 민간에서 스스로 찾아낸 주거방식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마치 해외에서도 크게 관심을 갖는 한국의 전세라는 민간이 발생시킨 금융제도처럼 국가가 개입하지 않고 민간에서 발생한 사회현상에 가깝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건축은 정말 가난한 것일까?

나는 가난한 건축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편리함이 결여됐고 아름다움을 찾는 여유를 찾지 못하는 환경일뿐이지 건축이 가난한 것은 아니다. 그저 다수가 생각하는 건축에 쓸 경제력이 부족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것은 있어도 가난한 건축은 동의하지 않는다. 가령 박사장 가족의 집에 있는 것이 기택의 집에 없는 것도 없다. 집으로서 기능하는데 필요한 것은 갖추고 있다. 현관, 거실, 침실, 전기, 수도, 가구, 계단 등 구성요소가 다른 것은 아니다. 최소한으로 기능만 하는 공간이다. 반지하층이라고 해도 이 건물을 소유한 사람과 입주한 사람의 시장이 형성됐고, 계단은 계단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며, 이 지역의 교류공간인 골목은 가꾸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존재한다.

나는 이 영화가 무언가를 거창하게 개선할 메세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가 주거환경을 어떻게 차별적으로 다루는지를 사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너무 좋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만족이 아니라 탈출하려고 한다는 전제가 있다. 보다 건강한 사회는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 것인가가 국가정책의 역할이 아닐까 질문을 던지는 시점이다.

건축가로서 기택가족의 속성을 상징하는 장면이 있다면?

나는 폭우로 동네가 통째로 침수하는 장면이 이 곳의 주거환경을 상징하고 있다고 본다. 보통은 비가 오면 피해서 지켜보거나 들어치는 비를 막아내면 되는데 반지하에서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보여지는 피해가 이정도라면 보이지 않는 이들의 어려움은 어디까지일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리셋(Reset)을 하는 것이다. 고치거나 더 좋은 것을 마련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 차이가 오랜 기간 한국사회의 경제적 빈부격차의 핵심문제일 수 있다. 재난이 생기면 또는 어려움을 겪으면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살아날 수 없는 것.

건축가로서의  질문이 있다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가난을 상징하는 기택 가족의 반지하 집과 가파른 계단, 혼잡한 골목의 적나라한 재현을 보면서 어떠한 감정을 가졌을까? 기택과 박사장 모두 네 식구인데 말이다. 창피함과 불편함? 그리움과 향수? 답답함과 역겨움? 아니면 신기함 또는 인간미? 이러한 감정 중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바로 우리 사회가 주거환경을 바라보는 인식이다.

이제부터 이 장소는 유명세만큼이나 훼손되기 시작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생성된 동네의 특성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떠나가거나 쫓겨가고 그 자리에는 아파트 개발이 몰아칠 것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의 주거환경의 한 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세련되게 다룰 것인가에 나는 관심이 있다.

[ 기록 ] KBS 인터뷰 현장 : 인터뷰어 송형국 기자

< 인터뷰 현장, 20200213, 사진 양푸른누리 >

< KBS 인터뷰 현장, 20200213, 사진 양푸른누리 >
< KBS 인터뷰 현장, 20200213, 사진 양푸른누리 >
  < KBS 인터뷰 현장, 20200213, 영상 양푸른누리 >

 < KBS 인터뷰 현장, 20200213, 영상 양푸른누리 >

 [ 기록 ] 요미우리 뉴스 인터뷰 현장 : 인터뷰어 타쿠로 우에노 기자

< 요미우리 TV 인터뷰, 20200213, 사진 양푸른누리 > 
< 요미우리 TV 인터뷰, 20200213, 사진 양푸른누리 >
< 인터뷰를 마치고 이인기&양푸른누리, 20200213 >




건축가 이인기 | (주)포럼디앤피 공동설립자로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건축가의 언어를 실현하는 설계방법 및 건축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실무프로젝트와 더불어 대학원 수업 및 외부강연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포럼디앤피 | 2008년 세 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주)포럼디앤피는, 아키테라피라는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건축의 혜택을 탐구하고 실천했으며, 양질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스터플랜, 주거, 종교, 의료, 복지, 상업, 문화시설 분야에서 작업했고, 현재는 건축건설사업의 전과정인 기획-설계-건설-운영이라는 프로세스의 리더로서 건축가를 정의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건축과 스마트시티라는 분야에서 특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 연구 및 상업용도 활용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기 바랍니다)
--------------------------------------------------
FORUM D&P | Archi-Therapy & Architecture-Technology since 2008

댓글 쓰기

0 댓글